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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새우를 잡는 닻자망에서는 끼임사고가 빈번합니다. 현재로서는 교육이 가장 큰 예방법입니다.”
중심조차 잡기 어려운 어선에서 거대한 닻과 롤러 등은 선원의 작업을 돕기도 하지만 때론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정부는 이 같은 환경을 정비하고자 어선원안전감독관을 기존 정원의 3배 수준인 33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현장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고착화된 작업환경이다. 일의 편의를 위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자세로 작업하는 선원과 어선 내에서 신용불량자 자동차할부 이뤄지는 조리 등이 그것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소속 어선원안전감독관과 함께 어선 작업 현장을 집중 점검해본다.
‘바다 위 김용균’ 어선 사고 관심 촉발…정부, 안전·보건 관리체계 신설



지난 11일 목포 북항에 정박된 어선 스파크s 시승기 갑판에서 선장이 자망을 꺼내고 있다.ⓒ해양수산부 공동취재단


14일 해양수산부·KOMSA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어선어업에서 발생한 사망·실종 사고는 연평균 93.4건에 달한다. 이는 전체 산업 평균보다 14배 이상 높은 수치로, 매년 2000여건의 어선사고로 100명 안 학생대출빠른곳 팎의 어선원이 목숨을 잃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어선 안전사고는 육상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달리 관심과 지원이 저조해 ‘잊힌 재해’로 불리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어선원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건 2022년 11월부터다. 앞서 2020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가 자동차보험 설계사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며 바다 위의 김용균도 존재하고 있다는 관심이 촉발하며 열악한 어선 조업 환경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용해 어선안전조업법에 어선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어선원의 안전·보건 및 재해예방 관리체계’를 신설했다.
특히 해수부는 지난 1월 3일부터 어선원 안 드림큐 황진이 전·보건 관리 권한을 갖게 되면서 어선원안전감독관 제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고, KOMSA도 정부와 발맞춰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어선원안전감독관은 총 33명으로 늘었다.
아울러 어선안전보건표지 설치·부착 의무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1132척에 배포 완료했으며 내달까지 4000척에 추가 배포할 예정이다. 더불어 11월까지 안전보건 현장 부착을 지도할 계획이다.
노후화된 연근해 어선 약 200척에 대해서는 클린 조업 환경 조성 지원 사업을 실시해 척당 700만원 한도로 지원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안전보건에 관한 시준을 디테일하게 세팅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어선은 일반 사업장과는 다른 위험 요인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라며 “현재 지켜야한다는 선언적인 의무, 그런 것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소유주의 노력을 현재는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5척 점검…어선원안전감독관 특사경 부여 미완



정재덕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소속 어선원안전감독관이 지난 11일 목포 북항에 정박 중인 어선에서 롤러 끼임사고를 설명하고 있다.ⓒ해양수산부 공동취재단


지난 11일 오후 목포 북항 부두에는 조업을 앞둔 9.77t 규모의 연안자망어선 ‘102한일호’가 정박해 있었다.
이날 어선원안전감독관들은 출항을 앞둔 어선에서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 어선원 안전보건 대응 매뉴얼 및 어선원 안전·보건표지 비치 상태, 소화기 비치 여부, 작업 공간의 위생과 안전설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어선에 올랐다. 출항이 시작된 이후 어선에서는 조업을 비롯한 조리, 수면 등 전반적인 활동이 이뤄져 그 어떤 안전점검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올해는 이러한 어선원의 안전과 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닻을 띄운 첫해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계도활동과 인식개선에 힘을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어선원안전감독관은 하루 평균 적게는 5척에서 10척의 어선을 점검한다. 한 척의 어선을 점검하는데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무엇보다 바다 조업이라는 작업 환경 특성상 출항하는 어선이 대부분인 탓에 안전점검을 시작하기까지도 각고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안전한 바다 위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어선원안전감독관들의 노력만큼, 어선들도 적극적으로 안전점검에 동참해야 할 때다.
정재덕 어선원안전감독관은 “안전인식, 컨베이어 벨트 끼임·맞음 인지 여부 등 위험성 평가, 선원 대상 안전교육 실시 여부, 복지·위생상태를 위주로 점검하고 있다”며 “과거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해 (어선안전조업법) 아직 1년이 되지 않아 안전인식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위반사항은 시정조치를 내린 후 개선 권고하고, 계도 조치와 인식개선을 위주로 우선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덕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소속 어선원안전감독관이 지난 11일 목포 북항에 정박 중인 어선 앞에서 어선원 안전·보건 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해양수산부 공동취재단


그저 커 보이기만 했던 어선에 발을 들이자마자 비로소 좁은 갑판을 체감하게 됐다. 어선원안전감독관은 배 곳곳에 부착된 어선원 안전·보건 표지를 확인해 나갔다.
해양수산부와 KOMSA는 금지·경고·지시·안내표시 등 선내 어선 안전·보건 표지 17종을 배포하고 있다. 촉광물질이 포함돼 있어 어두운 조업 환경에서도 표지 스스로 빛을 발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날 어선원안전감독관과 선장은 미끄럼 주의 표지를 부착했다. 갑판 위에서 어선원 안전·보건 표지를 부착하는 순간에도 어선은 계속해서 출렁이며 중심을 잃게 했다.
본격적인 조업이 이뤄지는 갑판에서는 롤러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이 이어졌다. 어선의 가장 앞쪽에 위치한 롤러, 양 옆쪽에 위치한 기둥이 끼임 사고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장소다.
정 감독관은 “닻자망이라고 불리는 연안자망은 젓새우를 잡는 어선이라 와이어가 위험하다. 실제로 작업 중 와이어와의 충돌 위험성이 크다. 또 롤러 레버 위치가 아래쪽에 있어 몸이 롤러에 끼이는 끼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이격거리 두기, 조업은 땅에서 하기 등 안전교육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어선원안전감독관이 한 척의 어선을 점검함에 따라 인식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선원안전감독관이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선원안전감독관 제도는 여전히 권한과 인력의 제약에 묶여 있다. 현재 어선원안전감독관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 불법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직접 수사로 전환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선원안전감독관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과 사법경찰관 직무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정된 어선안전조업법이 완성돼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선원 안전감독관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와 KOMSA의 지원을 위한 근거 마련 및 법률의 통과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임태호 어선안전정책과장은 “안전·보건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를 진행 수 있다. 가령 현재는 위반 사항을 해경에서 처벌할 수 있지만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기능까지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은 해수부 어업감독 공무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불법 원산지 지도·단속 담당자 등에 부여돼 있다.
어선사고 VR체험…화재‧갑판사고 등 구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스마트선박지원센터 VR체험 현장.ⓒ해양수산부 공동취재단


어선원 안전·보건 관리가 현장의 기본이라면 안전한 바다를 위한 VR체험은 어선사고를 예방하는데 힘을 보탠다.
12일 오전 방문한 KOMSA 스마트선박지원센터에서는 양망기 끼임사고 등 어선원 안전사고를 가상 현실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VR 안전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VR고글을 착용하자 눈 앞에 푸른 바다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어선 천장이 눈에 보였고, 손을 뻗자 어선 방향키가 닿았다. 생생한 화면에 어선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순 긴장감이 느껴졌다.
KOMSA는 최근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분석을 토대로 인명피해가 크고 발생 빈도가 높은 기관실 점검 및 손상‧화재‧갑판사고 등 어선 사고 유형 3종을 선정·구현했다. 한국어 외에 영어·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 등 4가지 언어가 함께 제공돼 외국인 선원들도 충분히 체험해볼 수 있다. VR체험 도구가 없어도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만으로도 VR을 통한 안전 체험이 가능하다.
KOMSA는 양망기 끼임, 선내 조리실 화재 같은 실제 위험 상황을 VR로 체험하면서,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행동 요령을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목포 북항 서남권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어업인의 검사 편의와 신뢰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사 완료 후 증서를 발급받기까지 며칠이 소요됐지만 센터 앞 선박 계류장에서 당일 검사·당일 검사증서 발급이 가능해 어업인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선박검사 결과는 ECIS(전자증서정보시스템) 서비스를 통해 발급·보관·활용할 수 있어, 조업 환경에도 유리하다.